일본은 왜 CBDC를 서두르지 않는가: 디지털 엔화 실험과 결제시스템의 미래
일본은행은 디지털 엔화를 이미 발행한 것이 아니다. 현재 일본은 일반 이용자를 대상으로 한 CBDC의 기술적 가능성을 검증하면서, 민간 금융기관과 함께 미래의 결제시스템이 어떤 형태로 발전할 수 있는지를 실험하고 있다.
일본의 접근 방식에서 눈여겨볼 부분은 CBDC를 단순한 디지털 결제수단으로 보지 않는다는 점이다. 일본은행은 현금이 가진 중앙은행 화폐의 신뢰를 디지털 환경에서도 유지할 수 있는지 검토하면서 동시에 민간기업의 기술과 금융기관의 역할을 함께 실험하고 있다.
2026년 6월 일본은행이 공개한 최신 진행 보고서에서도 CBDC 파일럿 실험의 기술 검증과 민간사업자와의 협력을 계속하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다.
일본은 왜 디지털 엔화를 바로 발행하지 않는가
일본은행은 CBDC 도입을 확정한 상태가 아니다.
일본은행이 설명하는 CBDC는 법정통화인 엔화를 기반으로 중앙은행의 부채로 발행되는 디지털 화폐를 의미한다. 일반적으로 현금을 디지털화한 것과 같은 결제수단이 주요 대상으로 검토되고 있다.
하지만 CBDC를 실제로 도입하려면 단순히 디지털 지갑을 만드는 것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
일본은행은 다음과 같은 문제를 실제 시스템에서 검증하고 있다.
- 대규모 결제 처리가 안정적으로 가능한가
- 기존 결제시스템과 연결할 수 있는가
- 금융기관과 민간기업이 어떤 역할을 담당해야 하는가
- 이용자에게 충분한 편의성을 제공할 수 있는가
- 새로운 디지털 결제수단이 금융시장에 미치는 영향은 무엇인가
따라서 일본의 현재 전략은 발행을 먼저 결정하는 방식보다 기술과 제도를 먼저 검증하는 방식에 가깝다.
일본 CBDC 실험의 중심은 파일럿 프로그램이다
일본은행은 2023년부터 CBDC 파일럿 실험을 진행해 왔다.
파일럿 프로그램의 목적은 크게 두 가지다.
- 실제 사용을 가정한 CBDC 시스템의 기술적 실현 가능성 검증
- 민간기업의 기술과 지식을 활용해 향후 CBDC 시스템의 설계 가능성을 검토
일본은행은 이를 위해 CBDC 포럼을 운영하면서 민간사업자와 기술적·운영적 문제를 함께 검토하고 있다.
2026년에도 이러한 실험은 계속되고 있다.
일본은행 총재 역시 2026년 3월 연설에서 일반 이용자를 대상으로 하는 CBDC 파일럿 실험을 계속하고 있으며, 디지털화된 현금을 미래 금융 생태계의 신뢰 기반으로 제공할 수 있는지를 기술적으로 검증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일본이 중요하게 보는 것은 ‘디지털 현금’의 역할이다
일본 CBDC 전략을 이해하려면 현금에 대한 일본은행의 관점을 볼 필요가 있다.
현금은 중앙은행이 직접 발행하는 화폐다.
은행 예금과 달리 특정 상업은행의 부채가 아니라 중앙은행의 부채라는 점에서 차이가 있다.
CBDC가 도입된다면 일본은행은 이러한 중앙은행 화폐의 특성을 디지털 환경에서도 유지할 수 있는지를 검토하게 된다.
즉 일본의 CBDC 실험은 단순히 스마트폰으로 결제하는 방법을 하나 더 만드는 문제가 아니다.
현금이 제공해 온 중앙은행 화폐의 신뢰를 디지털 사회에서도 어떻게 유지할 것인가가 중요한 질문이다.
일본의 CBDC 구조에서 민간기업이 중요한 이유
일본은행은 CBDC를 중앙은행 혼자 만드는 프로젝트로 접근하지 않고 있다.
CBDC 포럼을 통해 금융기관과 민간기업이 시스템 기술과 운영 방식에 관한 의견을 제시하도록 하고 있다.
이는 실제 CBDC가 도입될 경우 중앙은행만으로 전체 이용자 서비스를 운영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실제 디지털 결제환경에서는 다음과 같은 영역이 필요하다.
- 이용자 접점
- 결제 서비스
- 지갑과 인증
- 시스템 운영
- 보안
- 기존 결제망과의 연결
- 새로운 디지털 금융서비스
따라서 일본의 실험에서는 중앙은행의 역할뿐 아니라 민간 금융·기술기업이 어떤 방식으로 결제 생태계에 참여할 수 있는지가 중요한 검토 대상이 되고 있다.
일본은 CBDC와 기존 결제시스템의 연결을 중요하게 본다
CBDC가 실제로 사용되려면 기존 금융 인프라와 따로 움직여서는 안 된다.
일본의 경우 이미 다양한 은행 결제망과 금융 인프라가 존재하기 때문에 새로운 디지털 화폐를 도입할 경우 기존 시스템과의 연결이 핵심 과제가 된다.
일본은행도 CBDC를 검토하면서 전체 결제 인프라와의 연계를 전제로 접근하고 있다.
특히 2026년에는 기존 결제시스템의 발전 방향과 함께 CBDC의 역할을 검토하는 움직임이 더욱 확대되고 있다.
이러한 접근은 일본 CBDC의 특징을 보여준다.
새로운 디지털 화폐를 기존 금융시스템 위에 별도로 만드는 것이 아니라 기존 결제 인프라가 디지털 경제에서 어떻게 진화해야 하는지를 함께 검토하는 방식이다.
일본은 소매 CBDC와 도매 영역을 함께 살펴보고 있다
일본의 CBDC 연구에서 또 하나 주목할 부분은 일반 이용자를 대상으로 하는 소매형 CBDC뿐 아니라 금융기관 간 결제에 활용되는 디지털 중앙은행 화폐에도 관심이 확대되고 있다는 점이다.
2026년 3월 일본은행은 중앙은행 당좌예금을 토큰화한 형태의 중앙은행 화폐, 즉 도매 CBDC의 가능성을 검토하는 방향을 발표했다.
이 영역에서는 분산원장기술(DLT)을 활용해 금융기관 간 결제뿐 아니라 디지털 자산의 동시결제인 DvP를 구현할 가능성도 검토되고 있다.
이는 일본의 CBDC 연구가 단순한 개인 결제용 디지털 엔화에만 머물지 않고 금융시장 인프라 전체로 확장되고 있음을 보여준다.
일본은 국제 금융시장에서도 디지털 결제를 실험하고 있다
일본은행은 국내 CBDC 실험과 별도로 국제적인 디지털 금융 인프라 실험에도 참여하고 있다.
대표적인 사례가 국제결제은행(BIS)과 주요 중앙은행, 민간 금융기관이 참여하는 프로젝트 아고라(Project Agorá)다.
이 프로젝트에서는 국경 간 은행 간 결제를 개선하기 위한 새로운 방식이 검토되고 있으며, 토큰화된 예금과 중앙은행 화폐를 활용하는 구조도 연구되고 있다.
따라서 일본의 디지털화폐 연구는 국내 결제수단 개발에만 한정되지 않는다.
향후 디지털 자산과 국제결제시스템이 연결될 경우 중앙은행 화폐가 어떤 방식으로 활용될 수 있는지도 함께 살펴보고 있다.
일본 CBDC의 핵심은 ‘새로운 화폐’보다 ‘신뢰의 디지털화’
일본의 접근 방식을 정리하면 CBDC 자체를 빠르게 출시하는 것이 최우선 목표라고 보기는 어렵다.
일본은행은 디지털 환경에서도 중앙은행 화폐가 금융시스템의 신뢰 기반 역할을 할 수 있는지를 검증하고 있다.
특히 다음 세 가지가 일본 CBDC 연구의 핵심 축이라고 볼 수 있다.
- 디지털 현금의 기술적 구현
- 기존 결제 인프라와의 연결
- 민간 금융·기술기업과의 새로운 결제 생태계 구축
여기에 최근에는 토큰화된 중앙은행 화폐와 디지털 자산의 결제까지 검토 범위가 확대되고 있다.
일본과 한국의 CBDC 실험은 무엇이 다른가
한국과 일본 모두 CBDC를 당장 전국적으로 발행하기보다 실험과 검증을 진행하고 있다는 공통점이 있다.
하지만 접근 방향에는 차이가 있다.
한국은 프로젝트 한강을 통해 기관용 디지털화폐와 은행의 예금토큰을 연결하고 실제 결제와 디지털 바우처 활용을 실험하는 데 집중하고 있다.
일본은 일반 이용자를 대상으로 한 CBDC 파일럿을 지속하면서 현금의 디지털화와 기존 결제 인프라와의 연결, 민간기업의 참여 방식을 폭넓게 검토하고 있다.
즉 한국이 디지털 통화 간 연결과 활용성을 강하게 시험하고 있다면, 일본은 디지털 현금의 역할과 전체 결제 생태계의 발전 방향을 함께 검증하고 있다는 점에서 차이를 찾을 수 있다.
일본 CBDC는 언제 실제 발행될까
현재 일본은행은 CBDC의 정식 발행 시점을 확정하지 않았다.
2026년에도 파일럿 실험과 기술 검증이 계속되고 있으며, 일본은행은 관련 기술과 제도에 대한 검토를 이어가고 있다.
따라서 현재 일본에서 디지털 엔화를 사용할 수 있다고 보거나 정식 발행이 결정됐다고 해석해서는 안 된다.
일본의 CBDC 정책은 아직 실험과 검증을 통해 최종적인 결제체계를 설계하는 단계에 있다.
일본 CBDC가 앞으로 바꿀 수 있는 금융환경
향후 일본이 CBDC를 실제 도입할 경우 변화 가능성이 있는 영역은 단순한 개인 결제에 그치지 않는다.
- 디지털 현금의 사용 확대
- 은행과 민간 결제서비스의 역할 변화
- 중앙은행 화폐와 디지털 자산의 연결
- 금융기관 간 디지털 결제 방식 변화
- 국경 간 디지털 결제 인프라 발전
- 토큰화된 금융자산의 결제 방식 변화
특히 일본은행이 도매 CBDC와 DLT 기반 결제 가능성을 함께 검토하고 있다는 점은 향후 CBDC가 금융기관 간 디지털 자산 거래와 연결될 가능성도 보여준다.
결국 일본의 CBDC 전략은 새로운 디지털 화폐 하나를 만드는 데 목적이 있는 것이 아니다.
현금이 담당해 온 신뢰의 기능을 디지털 금융환경에서도 유지하면서 기존 결제시스템과 새로운 디지털 금융기술을 어떻게 연결할 것인가가 일본이 풀어가고 있는 핵심 과제다.
자주 묻는 질문(FAQ)
Q. 일본은 디지털 엔화를 발행했나요?
아닙니다. 2026년 현재 일본은행은 CBDC 파일럿 실험과 기술 검증을 진행하고 있으며 정식 발행을 결정한 상태는 아닙니다.
Q. 일본 CBDC는 누구나 사용할 수 있나요?
현재는 일반 국민이 자유롭게 사용하는 정식 CBDC가 아니라 파일럿 실험 단계입니다.
Q. 일본은 블록체인으로 CBDC를 만들고 있나요?
소매 CBDC 파일럿과 도매 영역은 구분해서 볼 필요가 있습니다. 특히 2026년에는 도매 CBDC와 DLT를 활용한 금융기관 간 결제 가능성을 별도로 검토하고 있습니다.
Q. 일본 CBDC의 가장 큰 특징은 무엇인가요?
현금의 신뢰를 디지털 환경에서도 유지하면서 기존 결제 인프라와 민간 금융·기술기업을 연결하는 방향으로 실험하고 있다는 점입니다.
참고자료
- 일본은행(BOJ), Central Bank Digital Currency, 공식 프로젝트 자료.
- 일본은행(BOJ), Progress Report on the Pilot Program for Central Bank Digital Currency, 2026.
- 일본은행(BOJ), CBDC Forum, 공식 자료.
- 국제결제은행(BIS), Project Agorá, 공식 프로젝트 자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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